구멍가게만도 못한 학교도서관 2009-07-04 09:32:59  
 
  이름 : 구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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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에 1059개 초·중·고에 86억여원(올해 전체 지원액은 약 104억원)의 학교도서관 운영비를 긴급 지원했다. 한 학교에 1000만원 이내로 지급된 이 예산은 장서 구입을 비롯한 학교도서관 운영에만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정책을 감안하여 5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해야 했다.

이런 정책을 일단 환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학교도서관은 평등교육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학교도서관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각종 통계에는 학교도서관 설치율이 2008년 4월 말 기준으로 95.1%나 된다. 하지만 이런 통계부터 엉터리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지난 6월 6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는 안민석 의원실이 주관한 학교도서관 살리기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그날 토론자로 나선 송곡여고의 이덕주 교사는 사실상 1만1222개 각급 학교의 학교도서관 설치율이 5.7%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현재 전체 사서교사는 전체 학교 수의 5.7%인 625명에 불과하다. 이 교사는 이 통계를 근거로 교실 반 칸에 도서 500권만 구비하면 학교도서관으로 분류되는 현재의 기준은 법적인 타당성이 없는 자의적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사서교사 같은 전문 운영인력을 두지 않는 학교도서관은 도서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그는 백번 양보해 무기계약 비정규직 사서를 둔 학교까지 합해도 약 10%, 교육보조사, 공익요원, 희망공공근로 등 사서 자격이 없는 전담인력이 일하는 학교까지 모두 합해도 35%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엉터리 통계가 독서교육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가 됨으로써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2003~2007년 시행된 정부의 학교도서관 활성화사업 이래 90% 이상의 초·중·고교에 도서관 또는 도서실이 만들어졌지만 운영상의 효율은 낙제점이라는 게 그가 주장하는 바의 핵심이다.

조그만 구멍가게도 주인이 없으면 운영이 잘되지 않는다. 하물며 수많은 지식이 담긴 책을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개성이 각기 다른 고객(학생)을 맞아야 하는 학교도서관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그래도 해마다 154명, 104명, 109명 등 100명이 넘게 신규 사서교사가 임용됐지만 올해는 단 9명에 불과했다. 이런 퇴행적인 정책에 현장의 교사들이 울분을 토하는 것이다.
교육정책 당국자들도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올해 시도 교육청별로 긴급 예산을 배정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학교도서관 문제만 제기되면 늘 인력문제만 빼고 모든 것을 논의하자며 근본적인 논의 자체를 원천봉쇄하려 든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지금 학교도서관의 모습으로는 미래가 없다. 그러니 교육당국은 한 교사의 애정 어린 충고부터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7월 4일자 한겨레신문 문화면 한기호의 출판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