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뉴스G]
포항 지진으로 인해 일주일 연기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내일 치러지죠. 이웃나라 일본도 대학입시가 한창인데요, 2020년 대입제도 개혁을 앞두고 다양한 실험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대학의 도서관이나 실험실에서 입시를 치르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주입식, 암기식 교육을 탈피하려는 일본의 새로운 대입시험들을 뉴스G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10월 14일, 도쿄에 위치한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는 학생은 '대학생'이 아닌 '대입 수험생'입니다.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도서관입시(書館入試)'인데요.
이 대학에 지원하는 인문계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자료 찾고 리포트를 쓰면서 입시를 치러야 합니다.
다른 학생들과 그룹을 지어 토론도 해야 했죠.
마치 대학생이 된 것처럼, 대학의 도서관을 자유롭게 사용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한다는 것이 '도서관 입시'의 기획의도입니다.
한편 이 대학에 지원한 이공계 학생들은 실험실에서 실험을 한 후 결과와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하며 '실험실 입시'를 치렀습니다.
'도서관 입시'와 '실험실 입시'는 독일의 교육 개혁가였던 철학자 훔볼트의 이름을 따라서 '훔볼트 입시'라고 불립니다.
훔볼트가 강조한 것처럼 '창조적 인간을 육성하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죠.
그동안 일본의 대학입시에서는 아카혼(赤本)이라는 '빨간 책'이 필수였습니다.
일본의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책은 대입 관련 기출문제집으로 주입식과 암기식 중심인 일본 대학입시의 상징인데요.
2020년부터는 이 책이 필요 없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능과 비슷한 1차 '센터시험'은 기술 문제나 논술 중심으로 전면 개정되고, 2차 시험인 '대학별 고사'도 '도서관 입시'나 '실험실 입시'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암기력이 아닌 사고력과 판단력 중심의 새로운 입시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는 분위기 속에서, 나라 현 이치조 고등학교의 후지하라 가즈히로 교장은 "학교 교육이 하나의 정답만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납득할만한 답을 내놓을 줄 아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단순한 '지식'이 아닌 문제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치는 교육으로, 일본의 교육이 바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