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교사 동지 여러분!

 

문밖은 온통 가을입니다. 단풍과 높은 하늘 아래 풍성한 결실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2010학년도 사서교사 T/O와 관련해서 인사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학도협 회장으로서의 10달을 되돌아봅니다. 그러다 귀밑머리가 희끗해지도록 청춘을 담아 보낸 학교도서관 20년을 또 되돌아봅니다. 우리가 게으르고 이기적이고 무능한 탓입니까? 우리가 못 배우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한 때문입니까? 이제 지치고 힘들어서 그 이유를 따지기도 싫은 심정입니다. 제 자신은 10년을 열심히 하면 <학교도서관 = 사서교사>의 등식이 성립되는 날이 오리라 믿었습니다.

 

"그늘지고 외로운 공간을 차지하고 지낸 나는 이상과 부러움과 냉대 그리고 좌절을 맛보며, 아직도 한번은 크게 용트림할 학교도서관을 꿈꾸며 산다."

 

사서교사 생활 10년이 되던 해에 가슴에 품었던 희망이자 각오였습니다. 그러나 왜 이리도 저 당연한 듯이 보이는 등식을 인정받기가 어렵단 말입니까?

 

사서교사 여러분! 그러나 좌절과 회피만이 능사가 아님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에 대한 배경지식이 다르고 품고 있는 저마다의 목표가 다르지만, 이번 사건을 공통의 사명과 비전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학도협을 중심으로 좀 더 자신의 일을 정리하고 공동체에 내세울 줄 아는 영리한 사회인이 되는 방안을 마련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예비 사서교사 여러분! 몇 날을 고민해도 딱히 격려의 말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또 1년의 기다림이 직업인으로서의 사서교사가 아닌 천직으로서의 사서교사를 가려내는 시간일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비약일까요?

 

"……네가 나비가 되려면 기다려야 해. 기다린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더구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길을 간다는 건 두려운 일이거든. 기다림의 훈련을 받고 나면 너도 나비가 될 거야. 마치 누군가 너를 꺼내주듯.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해. 그 기다림의 과정이 더욱 소중하고 아릅답다는 걸."(이희정. 2009. 나비. 서울 : 문학동네, 40에서)

 

사서교사가 학교도서관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 배경학문 공동체 내에서 찾아본 글을 첨부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지키고 존중하지 않는 것을 남이 지켜주고 존중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현실적일까요? 이 사건이 사서직은 물론 배경학문 공동체에게 독이 아닌 약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따라서 우선 배경학문 공동체가 답해야 한다. 1년을 배우나 2년을 배우나 4년을 배우나 자격에 따른 역할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서 자격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요소와의 경쟁 속에서 학교도서관이 교육의 중심이라는 구호를 증명하고, 사서교사가 학교 공동체에서 주류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자질과 역할 그리고 양성 방안을 논하는 것도 그 다음의 일이다.

그리고 자기모순에 빠져있는 이 땅의 사서직이 답해야 한다. 어린이 도서관을 짓고 공공도서관에 어린이 열람실을 만들고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어린이 전문사서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교수 사서를 입에 담으면서 그토록 독점적인 자격과 주류로서 행세하고 싶어하는 이 땅의 사서직이 유독 학교도서관의 특성과 사서교사의 주제 전문성을 인정하려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사서교사의 허약한 직업적 존재감 : 실태와 출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