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4월 26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작성자 : 방현철기자(bangh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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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버스 안내원 두자"(5년간 2151억 필요), "全학교에 도서관 전담 교사"(1조2669억 필요)
내년 총선·대선 앞 세금 쏟아붓는 무책임 입법 판쳐… 법안 다 통과되면 5년간 800조 들어
'농어촌 지역 버스에 안내원을 두면 국가가 필요한 자금을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작년 9월 국회 국토해양위에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 등 14명이 공동으로 제출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내용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많이 사는 농어촌 지역 버스에는 1990년 폐지된 안내원 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에 딸린 비용 추계서에 따르면, 현재 농어촌 지역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1906대. 이미 안내원을 둔 충남 태안의 사례를 따라 1인당 연평균 인건비로 2000만원이 들어간다고 보면, 운영 첫해에 381억원의 국고 보조가 필요하다. 임금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5년간 2151억원이 들어가야 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현재 지방버스에 대해 연간 1600억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추가로 연간 400억원 가까운 지원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1월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민주당 이찬열 의원 등 19명이 낸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안'에는 초·중·고교의 학교 도서관에 사서교사를 1인 이상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5150명인 사서 교사·직원을 2016년까지 9097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추정했다. 5년으로 나눠도 매년 790명의 사서 교사를 새로 뽑아야 한다. 5150명 중 비정규직인 사서 직원 4391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정안 시행 첫해에 723억원이 필요하고, 5년간 1조2669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학교마다 사서 교사가 필요한지도 의문이고, 공무원 정원이 늘어나는 애로가 있다"며 반대 입장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5일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의원 입법안이 18대 들어 2782건으로 17대(1404건)에 비해 98.1% 급증했다"고 밝혔다.
꼭 필요한 법률도 있겠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법안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의원들이 낸 법안 중에는 농가에 대한 쌀 직불금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서 지원을 확대하는 데 5년간 9914억원, 에너지 취약 계층에 가구당 130만원씩 지원하는 데 5년간 최대 2조2641억원이 들어가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의원 입법이라고 해도 동료 의원과 정부의 반대로 걸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들어 의원 입법이 늘어나면서 슬며시 통과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9월 정기국회에서는 인구 30만명 이하의 도시에 소재한 병원에 대해서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의원 입법으로 조세특례제한법에 추가되기도 했고, 작년 4월엔 부산 문현동 금융중심지 입주 기업에만 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작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 중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법률안은 123건인데, 의원 입법으로 제기된 경우가 30건으로 정부 입법(21건)보다 9건이 많았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의원들은 재정의 경제적 효율성을 중요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쉽게 포퓰리즘적인 법안을 쏟아낸다”면서 “재정이 필요한 특정 사업을 제시하는 법안을 발의할 경우엔 기존 사업 중에 줄여야 할 대안을 제시하게 하는 따위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